메시 – 16년 함께한 바르셀로나에 이적 요청

FC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리오넬 메시(33)가 이적 요청을 했다. 2004년 1군 데뷔 이래 현재까지 바르셀로나와 함께 한 ‘영웅’의 이별 통지다. 영국 BBC는 메시가 구단 쪽에 팩스로 이적을 요청했다고 26일(한국시각) 보도했다. 2000년 13살의 나이에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한 20년 ‘원팀맨’의 작별 선언이다.

메시의 이적설은 최근 불거졌다. 메시는 지난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2-8로 대패하면서 굴욕을 당했고, 바르셀로나는 2007∼2008시즌 이후 처음으로 이번 시즌 무관이다.

BBC는 “그동안 구단의 보여온 행태가 메시의 뜻과는 어긋난 것이 많았다”며 보도했다. 메시는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난 네이마르의 재영입을 바랐고, 1월 경질된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의 유임을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옛 동료 카를로스 푸욜은 SNS에 “존중과 존경”을 표시했고, 팀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박수 이모티콘’을 남기면서 메시를 응원했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메시의 이적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해도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1년 6월30일까지 계약된 메시는 이적을 원할 경우 그 해 6월10일 이전에 통보해야 한다. 반면, 메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시즌이 늦게 종료되는 등 비상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시가 이적할 수 있는 팀은 제한적이다. 그를 영입하려는 팀이 지불해야 하는 최소금액(바이아웃)이 7억유로(9천800억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시와 바르셀로나 구단의 협상에 의해 바이아웃 액수가 크게 낮춰질 가능성은 있다.

2008~2012년 바르셀로나 사령탑이었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는 메시가 갈 수 있는 유력한 클럽이다. 메시와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2009시즌 트레블(3관왕)을 포함해 라리가 3회, 코파 델 레이 2회, 챔피언스리그 2회 등 우승을 합작했다. 파리 생제르맹도 메시를 영입할 후보 클럽의 하나로 꼽힌다. 파리 생제르맹에는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바페 등 특급 선수들이 있다. 이밖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인테르 밀란 등이 메시를 영입할 수 있는 팀으로 거론된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바이아웃 금액을 고수한 채 이적을 허용하지 않으면 메시가 2020~2021 시즌을 통째로 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도 이적료를 챙길 수 없다. BBC는 “메시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제프 바르토메우 구단 회장의 사퇴나 조기 선거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팀을 떠나고자 하는 메시의 뜻은 완강해 보인다”고 전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16시즌 동안 만들어 온 대기록의 여정에도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2월 바르셀로나의 기술 이사가 레스토랑의 냅킨에 급히 계약서를 만들어 메시의 아버지에게 건넨 유명한 사건으로 바르셀로나에 입성한 메시는 유스팀을 거쳐 2004년 1군에 데뷔한 뒤 줄곧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2005년 5월 1일 바르셀로나에서 데뷔골을 넣은 그는 16시즌 동안 총 731경기에 나서 634골을 넣으며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22세 6개월 23일의 나이에는 구단 역사상 100골을 넣은 최연소 선수에 이름을 올렸고 2010년 3월에는 구단 통산 9천번째 골, 2016년 2월에는 구단의 1만번째 골을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축구의 신’으로 도약한 메시는 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6차례 수상하며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5회 수상)를 제치고 역대 최다 수상자에 올랐다.

한 시즌 동안 유럽 무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유러피언 골든슈’도 6번이나 품에 안았다.

바르셀로나도 의미 있는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메시가 주축으로 뛴 16시즌 동안 열 차례 라리가 정상에 올랐고 코파 델레이(국왕컵) 우승을 6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4차례 차지했다.

2009년과 2015년에는 라리가와 코파 델레이, UCL 우승을 모두 거머쥐어 유럽 축구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하지만 냅킨 한 장으로 시작된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20년 동행은 한 장의 우편으로 끝이 날 위기에 처했다.

26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메시는 내용증명 우편인 부로팩스(burofax)를 통해 구단을 떠나고 싶다고 통보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 등은 그가 바르셀로나와 계약 해지 문제를 두고 법정 싸움을 벌일 경우까지 대비해 부로팩스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메시와 바르셀로나가 결별 조짐을 보이면서, 이들이 함께 세워 온 대기록도 멈춰 설 전망이다.